[시승]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을 능가하는 토요타 GR 수프라
2021-07-26  |   23,591 읽음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을 능가하는

토요타 GR 수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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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이니셜, GR을 더한 완전 신형 수프라는 직렬 6기통 3.0L 엔진이 387마력을 내며, 최고시속 250km를 발휘한다.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일로인 요즘. 일본차 판매 역시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판매량 부진에 이런 외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일본차 외형은 점점 기괴해지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다소 그로테스크한 신형 수프라에 감흥이 있을 리 없다. 게다가 BMW와의 공동개발로 태어난 덕분에 수프라만의 순수성도 희박해 보였다. 직접 몰아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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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수프라는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머리글자를 따서 GR 수프라가 되었다. 가주 레이싱은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디비전 이름이다. 토요타는 르망 24시에서 2018~2020년 3년 연속 우승하며 가주 레이싱이라는 새 이름에 화려한 전적을 새겨 넣었다. 아울러 WEC, WRC, 다카르 랠리 등 다방면에서 워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레이스에서 얻어낸 기술적 노하우를 집약시킨 결과물이 바로 GR 수프라다.


5세대로의 진화

첫 수프라의 등장은 1978년, 셀리카의 파생형인 셀리카 수프라(A40)다. 일본 내수용은 셀리카 XX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셀리카에도 6기통 엔진을 얹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셈. 세대별 수프라의 코드명은 A40, A60, A70, A80. 대중들에게 수프라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누가 뭐래도 4세대인 A80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주인공 폴 워커가 몰던 차가 바로 A80 수프라였다. <완간 미드나이트>, <이니셜 D>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달리기광들에게 사랑받은 차였다.

2002년 단종 후 오랜만에 부활한 5세대 수프라의 외형은 컨셉트카 FT-1의 향기가 진하다. 그러면서도 2000GT, 셀리카, A80의 헤리티지가 스며있다. 긴 공백기를 가진 수프라지만 여전히 직렬 6기통 엔진과 FR 레이아웃 GT카의 비례를 품고 있다. 도어 손잡이를 비롯해 곳곳에 BMW의 흔적이 보여 수프라만의 특별함은 다소 떨어진다. 4세대까지 앞 글자 A로 시작되던 코드명도 J(J29/DB)로 바뀌었다. M340i, Z4 M40i에 얹은 직렬 6기통 엔진과 ZF제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2020년형은 340마력이었는데, 시승차(2021년형)는 배기 시스템과 헤드를 손보는 등 개량한 덕분에 최고출력이 387마력으로 늘었다. 덕분에 0→96km/h 가속이 4.1초에서 3.9초 앞당겼다. 여기에 50.5kg·m의 풍성한 토크를 1,800~5,000rpm에서 제공한다.

알루미늄 사용 비율을 높인 섀시와 함께 파워트레인을 최대한 지면에 가까이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추었다. 개발진은 경쟁 모델을 카이맨과 박스터로 꼽았다. 한정된 스포츠카 시장에서 개발비를 아끼면서도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하기 위해 공동개발을 선택한 것은 최적의 카드였다. 하지만 평범한 FR 레이아웃으로는 완성도 높은 카이맨을 상대하기란 버겁다. 사실 개발 초기에는 적당한 플랫폼으로 개조하려 했으나, 완전히 새로운 섀시를 만들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시행착오를 통해 숏 휠베이스, 와이드 트레드, 저중심의 FR 레이아웃만이 포르쉐와 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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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노즈 숏데크의 레이아웃


Z4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외형은 롱노즈 숏데크의 정석을 따른다. 86 대비 휠베이스가 100mm 짧아 껑충해 보이는 수프라는 플래그십으로서의 아우라는 다소 떨어지는 대신 개성이 뚜렷하다. 2000GT의 더블 버블 루프를 계승한 지붕은 넉넉한 헤드룸과 함께 공력적으로 도움을 준다. 프론트 범퍼 스커트 역시 공기 흐름을 위해 다듬었다. 앞뒤 펜더의 공기 통로는 막혀 있지만 이것은 커스텀 튜닝을 감안해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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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디퓨저에 달린 안개등은 F1 경주차를 연상시키고, 직경 100mm 듀얼 머플러가 아우라를 뿜어낸다 


6개의 초소형 LED를 더한 헤드램프 덕에 강렬한 인상과 야간 시인성까지 확보했다. 링 형태의 리어램프는 와이드한 펜더와 잘 어우러진다. 리어 디퓨저에 달린 안개등은 F1 경주차를 연상시키고, 직경 100mm 대구경 듀얼 머플러가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2021년형은 엔진 베이에 알루미늄 스트럿을 추가해 롤 억제 능력과 함께 코너링 안정성을 개선했다. 또한 브레이크 캘리퍼에 수프라 로고를 추가해 디테일의 완성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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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형은 직렬 6기통 엔진이 381마력을 내며, 엔진 베이에 알루미늄 스트럿을 추가했다. 투톤 스포크 디자인의 19인치 단조 휠 덕분에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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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스포츠 주행을 고려한 인테리어. 스포츠카임에도 승하차성이 뛰어나다


인테리어는 BMW 부품이 눈에 띠지만 Z4보다 짜임새 있다. 스포츠 주행을 고려해 알칸타라 시트에 럼버 서포트를 더하고 콘솔 왼편에 무릎 패드를 달았다. 373mm 직경의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은 조작감이 뛰어나다. 반면 조악한 플라스틱 패들 시프터는 오점을 남겼다. 1.8인치 HUD와 고해상도 8.8인치 계기판 덕에 낮에도 좋은 시인성을 확보했다. 트렁크 용량은 290L로 스포츠카임에도 넉넉하다. 트레이를 마련한 무선 충전 기능은 강한 횡 G에도 휴대폰을 잘 잡아준다.

이 차는 분명 Z4와 동일한 기술에서 태어났지만 완전히 결이 다르다. 개발진 역시 수프라가 Z4와 완전히 선을 긋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구성을 결정한 이후부터 수프라팀과 Z4팀은 철저히 독자적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같은 부품을 쓰지만 엔진, 서스펜션, 트랜스미션 등을 튜닝할 수 있도록 BMW와 계약을 맺었다. 수프라 개발진이 최종 프로토타입 출시 직전에서야 Z4를 시승했을 정도로 두 팀의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연비에 대한 고려 없이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추어 세팅했다는 파워트레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700km를 시승한 결과 L당 8km대의 연비를 보여줬다. 이 대목은 토요타의 겸손인 것 같다. 사실 토요타는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기업평균연비)에서 선두그룹에 속할 정도로 친환경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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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버튼과 함께 엔진이 깨어나면서 강렬한 배기음을 뿜어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어 액셀 페달을 밟으니 맹렬한 가속감이 일품이다.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고속에서도 다루기가 무척 편하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느슨한 듯하지만 스포츠에서는 충분히 예리하다. 서스펜션 댐퍼의 감쇄력을 세밀하게 조절해 타이트한 와인딩 로드에서도 노면에 찰싹 달라붙어 움직인다. 스포츠에서 액셀 오프 시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고 금세 박진감 넘치는 재가속을 맛볼 수 있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하드코어한 제동 상황에서 페이드 현상 없이 안정적인 제동력을 제공한다.

GR 수프라의 외형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평범한 사람이 노래를 잘하거나 농구를 잘하면 왠지 잘생겨 보이듯이 수프라 역시 매력을 보여준다. 흠잡을 데 없는 성능은 비슷한 가격대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다. 양산차 중 중심고가 가장 낮아서 그런지 카이맨이나 박스터보다도 몸놀림이 날래다. Z4를 탔을 때는 M에 대한 갈증이 쉼 없이 밀려왔지만, 수프라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전동화의 물결이 거센 가운데 제대로 된 FR 스포츠카 GR 수프라와의 만남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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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4319e629981e7561cbacb65878cf1_1584420697_53.jpg글·사진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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