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S TRIP IN EUROPE(1) | 살인적인 물가의 유럽 중립국, 스위스
2020-11-24  |   34,904 읽음

ROADS TRIP IN EUROPE(1)

살인적인 물가의 유럽 중립국,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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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립국 스위스는 여러 가지로 독특한 부분이 많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정밀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국제기구가 모여 있는 제네바, 석양이 아름다운 레만호, 알프스의 만년설 등 연관이 전혀 없는 것들이 스위스의 상징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스위스는 매년 3월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가 인기다. 스위스 한곳만 돌아보기는 여러모로 아쉽지만 다른 유럽 국가로 가는 경유지로 생각한다면 매력적인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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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히폴 공항의 환승 게이트. 늘 붐비는 곳이다  


하늘길이 막혀버린 지금에야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지만 국내에서 스위스까지 직항 노선은 생각보다 번거롭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여정은 인천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경유, 제네바로 입국하는 것이다. 우선 비행시간만 14시간이 넘는다. 만약 운 없게 스히폴 공항에서 절차가 늦어지거나 비행기가 연착되면 연결편을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히폴에서 제네바까지는 비행기로 약 1시간 반 정도. 그리 먼거리는 아니지만 자동차로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이번 로드 트립은 제네바 모터쇼 취재차 갔던 일정을 되짚는 것이라 현재 상황과는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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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의 교통체증은 서울과 비슷하다. 출퇴근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렌터카 이용 시 고속도로 비넷이 필요하다

유럽은 딱히 국경이 없지만 국가별로 고속도로 통행료가 다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구간별 요금을 내는 곳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이 있고 완전 무료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핀란드 등이다. 반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 스위스는 렌터카를 인수받을 때 비넷을 따로 사야 하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나 국경, 주유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스위스는 체류 기간에 상관없이 1년짜리만 살 수 있으며, 다른 국가들은 기간별로 종류가 다양하다. 스위스 비넷은 39유로 정도다. 국경을 넘어서 다른 국가로 갈 경우 해당 국가의 통행료 체계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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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호 주변의 주택가는 생각보다 한적하다 


렌터카 이용도 유럽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세그먼트별로 임대할 수 있는 차의 종류도 많고 연료 타입(가솔린, 디젤)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또한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선택할수 있는데,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장애인인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은 국경이 특별히 없어 왕래가 자유롭지만 렌터카를 예약할 때 갈 수 있는 지역을 확인해야 한다. 서유럽 지역은 크게 무리가 없다. 반면 세그먼트별로, 렌터카 회사별로 동유럽 지역을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해당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벌금을 낼수도 있다. 프리미엄 렌터카는 도난 확률이 높아 대부분 동유럽은갈 수 없고 계약서나 인수 사무실에서 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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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모이의 숙소 뒤에는 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음침한 분위기는 아니다 


유럽 자동차 여행은 인원이 많지 않으면 소형차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큰 차는 주차가 불가능한 곳이 있고 좁은 골목이 많은 유럽 특성상 불편할 때가 많다. 또한 고급차는 집시들의 차털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닛산 마치가 배정됐다. 원래 신청한 차는 알파 로메오 미토였는데 렌터카로 여행하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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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도 잘 모르는 아르모이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유일한 랜드마크인 아르모이 호텔 


스위스 취재는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제네바 모터쇼 취재가주 업무고 나머지 시간(대략 일주일)에 스위스와 그 근처를 돌아보기로 계획을 잡았다. 제네바 공항 근처의 팔렉스포에서 매년 3월 열리는(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개최되지 않음) 제네바 모터쇼는 여러 가지 의미가 큰 모터쇼이다. 프랑크푸르트나 파리 오토살롱에 비해 중립국이라는 장점을 십분 살린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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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호의 상징인 몽트뢰의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사진 제공 이세희) 


스위스는 물가가 매우 비싸다. 음식값이나 호텔비를 비롯해 대중교통비 등 생활 물가가 굉장하다. 처음에는 제네바나 로잔 근처에 숙소를 잡으려 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나마 남아있는 방도 없어 가까운 프랑스 국경 도시를 선택했다. 렌터카도 있겠다 기동성에는 무리가 없으니 웬만한 거리라면 괜찮을 듯해 선택한 마을은 스위스 국경에서 약 30km 정도 떨어진 아르모이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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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인 만큼 공산국가의 물품도 가득한 제네바의 벼룩시장 


석양이 아름다운 레만호와 작은 마을 아르모이

숙소인 아르모이는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약 45km 정도 거리다. 사실 이곳은 프랑스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고속도로와 2차선 국도, WRC에나 나올 듯한 2차선 산악국도, 레만호를 끼고 있는 해안 도로 등 국경을 넘나들었던 출퇴근 경로는 심심하지 않았다. 숙소는 생각보다 오래된 곳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답게 마을 안에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호텔을 중심으로 바로 옆에 빵굼터가(일반적인 빵집이 아닌 진짜 방앗간과 같이 운영되는 전통적인 빵집) 있었고, 아름다운 모습의 교회,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있다는 공동묘지 등중세의 모습과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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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페리에도 프랑스 마트에서는 큰 사이즈가 2유로 남짓이다 


그러나 아르모이에 도착한 첫날은 호텔 주차장에서 벌벌 떨며 보냈다.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호텔을 예약할 때는 프론트의 오픈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운 좋게 24시간이면 좋겠지만 소도시 호텔은 9시에 프론트를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때는 별도의 출입 방법을 호텔 측에서 알려주는데, 그 연락을 스히폴에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다. 결국 아침 6시 출근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체크인을 마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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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은 많은 인파가 몰린다 


마을은 정말 조용했다. 왕래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호텔 직원이나 가끔 마주치는 노인들이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친절하다. 3대째 운영 중인 호텔의 사장은 동양인 투숙객은 우리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제네바로 출근해 취재를 마치고 퇴근할 때는 아침에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보였다. 분주함 대신 여유가 있고, 교통체증이 있지만 오가는 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네바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면 동네 곳곳이 매우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주말 제네바역 근처나 광장 근처는 볼거리로 풍성하다. 벼룩시장도 있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천천히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데, 전반적으로 스위스는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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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 미토 대신 받은 닛산 마치. 2,000km 이상을 잘 달려주었다 


제네바역에서 레만호 쪽으로 오면 고급 주택가와 백화점, 명품거리가 있다. 여행객들과는 큰 인연이 없겠지만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트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 광장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말 그대로 한 주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힐링으로는 제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화장실에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다. 유료 화장실도 찾기 어려울뿐더러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지 않으면 공공화장실 찾기가 매우 힘들다. 반면 어디를 가도 주차장은 충분하다. 다만 시간대별로 적용되는 주차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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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호의 북쪽은 늘 많은 사람이 찾는다(사진제공 이세희) 


모든 것이 비싼 스위스

스위스는 벼룩시장 빼고는 모든 것이 비싸다. 패스트푸드마저도 비싸고 잘 차려진 음식을 먹고 싶어 찾은 식당의 음식값은 당연히 비싸다. 한 끼에 최소 1만 5천원에서 2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로잔이나 베른, 취리히 같은 도시는 대부분 비슷한데 유독 제네바의 물가는 서울보다 훨씬 높은 반해 퀄리티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음식뿐 아니라 음료나 기타 사이드 메뉴도 따로 주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식대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럴 때는 국경 도시라는 점을 잘 활용하면 쓸데없는 지출을 줄일수 있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는 물가가 거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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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람보르기니 베네노 


매일 국경(그래 봐야 간판이 전부인)을 지나다니면서 유심히 보니 스위스와 프랑스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레만호 옆으로 이어진 에비앙 로드와 또농 로드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크고 작은 마을이 드문드문 있다. 스위스 쪽은 부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고 국경을 넘으면 프랑스 시골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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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 한 개와 빵 하나, 감자튀김이 약 1만 8천원 정도. 음료는 별도다 


국경 근처 두배인(Douvaine)은 교통의 요지로 근처에서 비교적 큰 마을이다. 이곳에는 빵집부터 슈퍼마켓, 약국 등생활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가 있고 물가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형 마트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 음식은 제네바 시내의 웬만한 음식점보다 훨씬 낫다. 가격은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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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호는 프랑스 쪽과 스위스 쪽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한적하기는 프랑스 쪽이 좋지만 수영을 즐기거나 하기에는 스위스 쪽이 더 인기다(사진제공 이세희) 


주유소 사정도 비슷하다. 스위스 시내에서는 주유소를 찾아도 가격표를 보면 쉽게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반면에 프랑스로 넘어오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카르푸 같은 대규모 마트에는 대부분 주유소가 있어 겸사겸사 이용하기 좋다. 유럽의 주유 방식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주유를 먼저 하고 나중에 계산하는 방식과 신용카드로 일정 금액을 먼저 결제하고 차액은 환불하는 방식이 많다.

스위스로 출퇴근을 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때 가장 행복했던 점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레만호의 노을을 거의 매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아름다운 광경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구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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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의 벼룩시장은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다. 이곳에서 시계 두개를 1만원 남짓에 구입했다. 그 중 하나는 몬데인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이 지나는 레만호는 호수라기엔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스위스 쪽은 대부분 요트 정박장이나 리조트가 잘 발달해 있고 프랑스 쪽은 산책로 외에 눈에 띄게 특별한 시설은 찾기 힘들다. 레만호의 서쪽 끝 제네바에서 국경을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프랑스 쪽으로 오면 동쪽 끝 빌르너브는 다시 스위스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 스위스 지역이 더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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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모이 근처의 오래된 소방차를 전시해 둔 박물관 입구 


제네바에서 레만호의 위쪽으로 돌면 로잔과 몽트뢰를 거쳐 동쪽 끝인 빌르너브에 닿는다레만호의 위쪽(북쪽)으로 가면 베른과 바젤, 취리히가 있다스위스의 서쪽 끝인 제네바에서 동쪽 끝인 알프스까지 거리는 420km 정도. 스위스의 지정학정 위치 자체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있어 일정만 잘 짜면한 번에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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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건이 있는 벼룩시장은 재미있는 물건도 많다. 총포, 도검류는 구입할수 있지만 국내 반입은 금지다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몽트뢰

다양한 리조트와 호화 시설이 가득한 레만호는 매년 7월 열리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발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1967년 처음 시작된 몽트뢰 재즈 페스티발은 세계적인 록그룹 딥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의 가사에 등장하는 몽트뢰 카지노에서 열렸다. 1971년이 카지노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강당으로 장소를 옮겼다가 1975년 카지노가 재개장하면서 다시 복귀했다.

1993년부터는 몽트뢰 컨벤션 센터로 장소를 옮겼고 1995년부터는 기존 카지노와 몽트뢰 컨벤션 센터 모두를 사용한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발은 현재 열리는 음악 이벤트 중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재즈 페스티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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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퇴근길에 볼 수 있는 레만호의 석양. 사진은 실제로 보는 것의 10%도 그느낌을 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타이틀만 재즈일 뿐 록밴드나 다른 장르의 연주자도 많이 참가한다. 토토와 딥퍼플, 퀸 등은 이곳을 거쳐 간대표적인 록밴드이다. 특히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몽트뢰를 매우 사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레만호 몽트뢰에 있는 프레디 머큐리 동상은 세계적인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도로에서의 스위스인은 전반적으로 점잖고 여유가 있는 편이다.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 구간이나 국도 구간에서도 운전하기가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수월하다. 물론 원형교차로나 횡단보도 통과할 때는 다른 유럽 지역 운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비가 없지만 말이다.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사진 황욱익 Wooc Ic HWANG(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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