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카레이서와 레이싱 게임 매니아의 승부 - 게임 vs 현실
2009-04-10  |   30,750 읽음

자동차경주는 스피드를 겨루는 것이라기보다는 경주차의 기술적 한계 내에서 드라이버의 제어 능력을 겨루는 스포츠다. 코스를 따라 가속하고 감속하며 방향을 조종하는 것으로, 얼핏 간단하게 보이는 일을 매번 정교하게 반복해 내는 것이 요령이다. 다시 말해 실력 있는 드라이버는 뛰어난 체력뿐 아니라 뛰어난 반사신경과 함께 트랙의 상태 및 코너링 조건 등을 외울 수 있는 뛰어난 기억력도 갖추고 있다.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단지 엔진음이 큰 경주차를 모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드라이버로서는 상당히 많은 조건들을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란투리스모 5 프롤로그로 게임
자동차경주의 묘미는 거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흉내낸 레이싱 게임의 묘미도 그와 비슷하다. 게임의 경우 다소 간소화된 인터페이스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상호간에 영향을 미쳐 그 간격을 줄여 준다. 일례로 요즘의 경주차들은 게임에서처럼 시프트 버튼으로 편리하게 기어를 변속할 수 있다.
절묘한 발 동작으로 클러치를 밟으며 ‘힐 앤 토’하는 것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레이싱 게임 또한 보다 진보된 형태의 포스 피드백 휠이 양산되면서 실제 차의 핸들링 감각을 맛볼 수 있다. 제대로 갖추어진 모션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G-포스까지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몇몇 드라이버들이 경기 전에 그러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훈련을 하고 그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의 레이싱 게임은 추억의 1980∼90년대 오락실 게임이 아니라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수준이 되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현실과 가상공간이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레이싱 게임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현역 카레이서와 게임 매니아와의 대결을 통해 그 차이를 찾아보았다.

현역 카레이서는 GM대우 레이싱팀 감독 겸 선수인 이재우. 국내 모터스포츠 2세대로 지난해 CJ 수퍼레이스 챔피언십 수퍼2000 부문에서 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며 10년 전의 전성기를 되찾았다. 이에 맞서는 레이싱 게임 매니아는 한국타이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지하 대리. 현재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CJ 수퍼레이스에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함께 레이싱 게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게임종목은 전세계적으로 5,000만 장의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란트리스모 시리즈의 최신판인 5 프로롤그.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는 부제가 붙은 그란투리스모는 매번 그렇듯 방대한 자동차와 부품들의 데이터 양, 현실적인 물리 엔진, 그리고 철저한 코스의 설계와 실제 코스를 완벽하게 게임무대로 옮기는 등 많은 정성을 들인 게임이다.

게임방식은 동일한 경주차로 세 바퀴를 달려 승부를 가린다. 등장 차종은 페라리 F2007, 닷지 바이퍼 GTS ‘02, 메르세데스 벤츠 SL55 AMG ‘02, 알파로메오 147 T1 ‘06, 시보레 콜벳 Z06 ‘06, 로터스 엘리제 111R/튠드, 어코드 NSX ‘91, 닛산 GT-R ‘07 등 16대다. 공정한 게임을 위해 유일한 포뮬러카인 페라리 F2007 경주차로 결정했다. 이재우 선수는 카레이서로 데뷔한 후 줄곧 온·오프로드 레이스에서 투어링카의 운전대만 잡았다. 서킷은 테크니컬 코스와 고속 코스를 함께 갖춘 하이 스피드 링(1주 4km). 최대 직선길이가 900m에 이르고 6개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레이싱 테크닉 응용한 카레이서의 압승
이날 두 사람은 그란투리스모 5 프롤로그의 진면목을 최대한 체험할 수 있도록 버킷시트와 풀 HD스크린, 로지텍 핸들과 페달 등을 준비했다. 로지텍의 G25레이싱휠은 강력한 포스 피드백 효과로 실제 레이싱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타이어의 미끄러지는 느낌은 물론 급커브, 웅덩이, 충돌 등을 현실감 있게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11인치 크기의 휠은 수공예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어 오락기기 이상의 품격을 더해 준다. 레이싱 휠을 거치할 수 있는 거치대는 일종의 운전석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레이싱 시트를 포함하고 있어 실제 경주차에 탑승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가 다른 드라이빙 게임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현실적인 운전감각에 있다. 실제 차를 등장시킨 게임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실제에 가까운 운전감각과 게임을 해 나가는 재미를 고루 갖춘 것은 드물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차는 여러 자동차 메이커와의 협력을 통해 얻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겉모습은 물론 운동특성에도 사실성을 부여했다. 코스는 가상의 코스뿐 아니라 실제 서킷도 직접 취재해 재현했고, 엔진음과 배기음 등을 직접 녹음해 반영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사실성을 높였다. 또한 다양한 튜닝 부품을 자유롭게 조합해 달 수 있고, 튜닝을 통해 달라진 차의 성능과 주행특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두 사람은 시트에 앉아 전동식 스위치로 페달과 발의 거리를 조정한 후 이재우 선수는 수동변속, 장지하 씨는 자동변속기를 선택했다. 이재우 선수는 그란투리스모 5 프롤로그의 경험이 없어 두 사람은 3타임 동안 같은 경주차와 같은 코스에서 연습주행을 가진 후 본경기에 들어갔다. 프로그램은 세 바퀴를 돌아 승부를 가리므로 스핀이나 추돌은 치명적이다.

연습주행 결과 이재우 선수는 평균 2분 50초대인 반면 장지하 씨는 평균 2분 55초대를 기록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박서윤 씨가 “일반인이 3분 안에 골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귀띔해 준다.
단판 승부로 승자를 가린 결승 레이스. 이재우 선수는 스타트부터 최고시속 330km를 넘나들며 장지하 씨를 여유 있게 앞서기 시작했다. 이재우 선수는 서킷에서 기른 테크닉을 게임에서 활용했다. 그는 경주차의 엔진회전수를 항상 고회전으로 유지했다. 속도가 줄어들면 기어도 내렸다. 물론 정해진 회전수 이하에서다. 고회전을 유지해야 토크와 출력이 높아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코너링 전에는 감속보다 엔진 브레이크로 약간 속도를 줄였다가 꺾었다. 브레이킹을 할 필요 없이 속도도 자연적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회전수에 따라 적절히 기어를 내리면 된다.

반면 장지하 씨는 매번 시케인 구간에서 번번이 스핀하며 코스를 넘나들었다. 일반적으로 카레이서들은 블라인드 코너에서 가능한 한 먼 앞을 볼 수 있도록 시선을 앞으로 내보낸다. 빨리 달리려면 좀 더 많은 정보를 모아들여 골라 써야 한다. 상당한 집중력이 있어야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이다. 즉, 이미 보이는 정보가 아니라 앞으로 보일 코너 뒤의 정보를 추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대단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레이스 결과는 누가 봐도 이재우 선수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2분 50초 485를 기록해 3분 16초 102에 그친 장지하 씨를 크게 앞섰다. 이재우 선수는 게임이 끝난 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레이싱 게임의 지존답게 참 재미있다. 카레이서 입문자들에게 좋은 게임이 될 듯싶다. 그래픽도 예전보다 좋아져 실제 레이싱을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몸으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장지하 씨는 “최고의 현역 드라이버와 대결을 펼치다 보니 너무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매번 느끼지만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거칠고 예술적인 드라이빙 테크닉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록 단판 승부였지만 레이싱 게임 결과 현실과 가상의 공간은 맞아 떨어졌다. 즉 레이싱 테크닉이 게임에서도 응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우 선수는 현역 최고의 레이서답게 안정감 있게 레이스를 펼친 반면 장지하 씨는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해 순간의 실수로 자멸하고 만 것이다. 아마도 장지하 씨가 이재우 선수를 앞섰다면 카레이서가 될 자질이 있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장지하(한국타이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게임을 하면서 건들지 말아야 할 게임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이다. 모든 사람이 처음 접하고 많은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그 중독성에 연이어 나오는 시리즈를 계속해서 사고, 오랜 시간 즐기는 것을 보면 마치 종교에 흠뻑 빠진 광신도 같다는 생각조차 든다. 겨우 3∼4분 동안 3바퀴를 자동으로 돌렸는데도 의자에서 일어날 때 힘이 든다. 실제 카레이싱이라면 몇 배는 힘들 것이다. F1 드라이버들이 한 경기 뛰고 나면 체중이 2∼3kg 가량 줄어든다는 데, 가히 이해가 된다.

매니아의 레이싱 게임 비법
레이싱 게임의 속도는 액셀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데 직선도로일 경우 가속력과 속도가 빨라야 유리하다. 물론 속도를 내기 여유로운 상황에서만 계속해서 액셀링을 해주면 된다. 자동변속기를 주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 물론 수동변속기에 비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랩타임은 수동변속기 고수들이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고수들에 비해 조금 빠른 편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최상의 레이스 결과를 얻으려면 수동변속기 사용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또한 레이싱 게임에서는 안전도 매우 중요하다. 빠른 랩타임을 내기 위해서는 코스이탈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조그만 코스이탈을 해도 그렇지 않은 경우와 랩타임이 몇 초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코스를 파악한 뒤에 연습을 통해 브레이킹이나 코너에 따른 속도 및 변속 타이밍을 익혀 두고 트랙에 맞는 차를 고르는 게 좋다. 또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코너 부근에서는 감속을 적절히 하거나 기어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코스는 되도록 최단거리로 가야 랩타임이 빠르며 꾸불꾸불한 길이나 S자 커브는 길 따라서 갈 필요 없이 직선도로라고 생각하면 무난히 넘을 수 있다. 직진으로도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는 코너라면 그냥 직진해서 최단거리로 코너를 빠져 나와야 한다. S자 커브 같은 경우에는 심지어 최고시속으로도 직진만으로 빠져 나올 수가 있다. 한편 코너링 후에는 줄어든 속도를 다시 내야 한다.

그란 투리스모 5 프롤로그(GRAN TURISMO 5 Prologue)
지난 1997년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처음 세상에 선보이며 시리즈 판매 합계 5,000만 장 이상을 달성한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는 발매될 때마다 모델링, 물리 시뮬레이션, AI(인공지능)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그란 투리스모(GT5) 프롤로그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3의 뛰어난 하드성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최고의 그래픽 효과와 진화된 AI(다른 차의 인공지능)에 의해 최대 16대가 펼치는 뜨거운 레이스가 현실감 있게 표현되었다.

GT5의 가장 큰 매력은 온라인 기능을 이용해 구매 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게임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란 투리스모 프로듀서 야마우치 카즈노리는 "플레이스테이션 3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한(온라인 대전, 커뮤니케이션, GT. TV의 컨텐츠 판매 등) 종합 카라이프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어 버전은 최신 패치가 있고 신차종(34대의 새차, 총 71차종)과 새로운 코스의 추가(1코스 추가, 총 6코스, 12레이아웃)와 함께 퀵 튠, 리얼타임 어드저스트먼트 등의 기능이 추가되었다. 특히 신모드의 '2P 배틀 모드'는 1개의 화면(화면 분할)으로 2명이 동시에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했던 대전을 집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홈 서킷을 만들기 위한 구성요소들
비디오 게임기(콘솔)
없으면 구성 자체가 불가능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 플레이스테이션 3 또는 X박스 중 한 대면 충분하다. DVD 또는 CD 플레이어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홈시어터의 기본은 갖추는 셈이다.

휠 컨트롤러와 페달
레이싱 게임은 역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아야 제맛이다. 요즘 나오는 휠 컨트롤러는 대부분 적당한 무게와 반발력을 느낄 수 있는 포스 피드백 기능이 있다. 코너를 돌 때 전해지는 타이어의 접지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TV를 말한다. 브라운관으로 된 평범한 TV도 좋고, 요즘 인기 있는 PDP TV면 더욱 좋다. 드물게 프로젝션 TV나 빔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S단자가 있는 모델이라면 더 실감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앰프와 스피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욱 즐거운 요소. 홈시어터급 5.1 채널 시스템이라면, 여러 대의 차가 함께 달리는 경주에서 박진감 있는 엔진 소리와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가슴을 진하게 울릴 것이다.

Mini Interview
이재우(GM대우 레이싱팀)

실제 레이싱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각종 세세한 상황들까지 재현해 경주차의 성능 및 세팅에 따른 가감속의 변화, 코스를 진입하는 라인에 있어서 입체적인 도로 굴곡에 따라 실제 레이싱에서 구사하는 테크닉을 썼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서 나오는 세밀한 진동이나 저항에서 오는 손맛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정교한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받았다. 보다 많은 이들이 그란 투리스모 5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모터스포츠를 체험해 보길 바라며, 이를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카레이서의 레이싱 게임 비법
레이싱 게임에서 수동변속기를 사용한다면 엔진회전수는 항상 고회전을 유지해야 한다. 속도가 줄어들면 기어도 내려야 한다. 물론 정해진 회전수 이하에서다. 고회전을 유지해야 토크와 출력이 높아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기어변속은 엔진회전수가 레드존 근처에 왔을 때만 변속을 한다. 회전수를 끝까지 올리고 변속하면 변속 간격을 적절히 두는 차에 비해 가속력에서 밀린다. 변속은 너무 빨리 해도, 너무 늦게 해도 가속력에 손실이 생긴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초보자는 대부분 최고속도가 빠른 차만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속도가 빠른 차는 같은 클래스에서 최고속도가 가장 낮은 차에 비해 코너링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 두자. 코너가 많은 맵은 클래스 중에서 최고시속이 낮은 차가 오히려 유리하다. 만일 게이머가 판단했을 때 고속코스다 싶으면 역시 최고속도가 높은 차로 빠르고도 안전하게 레이스를 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코너링은 랩타임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테크닉이다. 레이스는 속도보다는 코너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실제 레이싱에서도 머신의 최고시속보다는 '코너를 얼마나 빨리 도는가'가 최대 관건이다. 코너를 돌기 전에 좀 어려운 코너다 싶으면 적절히 감속을 한 뒤에 코너 안쪽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이때 옆의 장애물이나 부딪치지 않고 코스를 이탈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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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하(한국타이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그란 투리스모 5 프롤로그(GRAN TURISMO 5 Prologue)이재우(GM대우 레이싱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