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르망 24시, 사상 최초의 무관중 르망
2020-11-16  |   10,165 읽음

사상 최초의 무관중 르망

LMP1 최후의 우승컵, 토요타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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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P1 클래스 최후인 올해의 르망은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9월 셋째 주에 열렸다. 폴포지션의 #7 토요타가 터보 문제로 30분을 소비하면서 #8 토요타가 선두 자리를 이어받아 그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토요타팀은 물론 부에미, 나카지마에게도 3번째 승리. LMP2 클래스에서는 #22 유나이티드 오토스포츠, LM-GTE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애스턴마틴이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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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보다 3개월 늦게, 관중 없이 르망 24시간이 열렸다 


원래 6월 13~14일 열릴 예정이었던 르망 24시간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연기되었다. 이때쯤이면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를 보기 위해 수십만의 사람들(정식 관중만 25만)이 모여들어 프랑스 작은 도시 르망은 한바탕 축제판으로 변한다. 하지만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기에는 불가능한 이야기. ACO에서는 일정을 9월 19~20일로 미루는 한편 역사상 처음으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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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드라이버 


올해는 현행 LMP1으로 치르는 마지막 르망이다. 푸조, 아우디, 포르쉐 등워크스 세력의 퇴진으로 급격히 빈약해진 LMP1은 비(非)하이브리드 경주차의 프라이비트팀 참여를 독려해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다. 내년부터 르망 하이퍼카 클래스(LMH)가 LMP1 클래스를 대신한다. 따라서 올해는 LMP1 최후의 경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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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GT 클래스에서는 애스턴마틴이 휩쓸었다 


나흘 안에 치러지는 타이트한 일정

원래 르망은 2주 전부터 테스트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최대한 일정을 줄여 4일로 축소했다. 9월 17일 목요일에 두 번의 연습 세션 후 예선1을 치르고 금요일에 예선2(하이퍼 폴)에서는 상위 6대가 나와 폴포지션 자리를 두고 속도를 겨루었다.

토요타의 #7 TS050 하이브리드(콘웨이/고바야시/로페즈)가 3분 15초 267의 기록으로 폴포지션. 팀 동료 #8(부에미/나카지마/하틀리)이 3 그리드였고 리벨리온은 #1(세나/나토/메네제스)이 2 그리드, #3(듀마/ 베르통/들레트라즈)이 4 그리드로 토요타와 리벨리온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바이콜레스의 #4(딜먼/스펭글러/웹)가 5 그리드 그리고 LMP2 중 유일하게 톱6에 들었던 유나이티드 오토스포츠 #22호차(알버쿼크/핸슨/디레스타)가 6 그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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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이 단축되면서 세팅 시간 역시 빠듯했다 


LM-GTE 프로 클래스에서 폴은 포르쉐 GT팀의 #91 911 RSR(부르니/ 리에츠/마코비키)로 28 그리드. AF 코르세 페라리 488(#51)과 애스턴마틴 밴티지(#95)가 뒤를 이었다. LM-GTE Am 클래스의 #61 페라리와 댐프시-프로톤 레이싱의 #77 포르쉐 911은 35와 36 그리드였다. 포르쉐 GT팀은 르망 우승 50주년을 기념해 1970년 우승차인 917KH 컬러에서 영감을 얻은 리버리와 함께 차체 윗면에 ‘1970’을 커다랗게 그려 넣었다.

전체 엔트리는 61대였던 지난해에 비해 59대로 크게 줄지는 않았다. #82와 #52호차는 파크페르메 규정 위반으로 예선 랩타임이 삭제되었으며 #17과 #28호차는 예선에 참여하지 않아 기록이 없었다. 대신 결승 1랩이 지난 후피트 레인 출발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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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에는 폴포지션의 #7 토요타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일찍 위기가 찾아온 #8 토요타

9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워밍업 시간이 주어졌다. 일정이 압축된 만큼 세션과 세션 사이에 여유시간이 거의 없어 팀에게도 큰 압박이었다. 기존에는 45분이 주어져 각 팀은 최종 점검과 세팅 확인 등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작 15분 만이 주어졌을 뿐이다.

토요일 오후 2:30. 약 3달 미뤄진 르망 24시간 결승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하늘은 흐렸고 관중석은 텅텅 비었지만 경주차의 굉음과 출발을 알리는 BGM ‘자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여전했다. 스타트에서 콘웨이가 모는 폴포지션의 #7 토요타가 세나의 리벨리온(#1)에 위협을 받았지만 곧바로 선두 복귀. #1 리벨리온은 뮬산 직선로를 앞두고 부에미가 모는 #8 토요타와 사이드 바이 사이드 격전을 벌였다. LMP2 클래스에서는 유나이티드 오토스포츠(#22)가 선두. LM-GTE 프로에서는 #51의 AF 코르세 페라리가 뮬산 첫 시케인에서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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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르망 우승 70주년 기념 리버리를 준비했다 


경기 시작한 지 20분. 던롭 커브를 향해 오르던 루치히 레이싱의 #61 페라리가 스핀하자 옆에 있던 #88 포르쉐(댐프시-프로톤)가 이를 피하려다 광고판을 들이박고 코스 아웃. 선두를 달리던 #7 토요타가 10랩을 달리고 계획대로 연료를 채웠다. #8 토요타는 14랩에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긴급 피트인. 주행은 가능했기 때문에 큰 데미지는 아니었다. 4위로 밀려났지만 약 20분 후에는 2위로 올라섰다.

경기 시작 4시간이 되자 토요타 듀오는 1-2 체제를 단단히 하며 대열을 리드했다. #7호차가 피트인할 때는 #8호차가 선두 자리를 물려받았다. 토요타 듀오를 맹렬히 추격하던 바이콜레스의 #4호차가 머신 트러블로 개리지에 들어갔다. 코스에 복귀했을 때는 종합 26위. LMP2 클래스에서는 재키찬 DC 레이싱(#37)이 선두였다. LM-GTE 프로에서는 AF 코르세 페라리(#71)와 애스턴마틴 레이싱(#97)이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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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GTE 프로 클래스 2위를 차지한 AF 코르세 페라리 


선두 토요타가 터보 수리에 30분 소비

석양이 진 사르트 서킷. 경기 시작 5시간 45분이 흘렀을 때 #52 AF 코르세 페라리가 포르쉐 커브에서 방호벽에 충돌, 서스펜션이 부서졌다. 이번 대회첫 세이프티카 출동. 완전히 어둠이 내린 후 이번에는 스펭글러가 모는 #4 바이콜레스가 코스를 벗어났다. 치워야 할 것들이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리자이 타이밍에 브레이크 과열에 시달리던 #8 토요타가 브레이크 냉각 덕트를 교체하기로 했다. 10여 분을 소비했지만 세이프티카 덕분에 1랩 손해 보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3위로 코스에 복귀했다. #8 토요타는 경기 재개와 함께 2위로 부상. LMP2 클래스에서는 유나이티드 오토스포츠가 원투 체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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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지는 사르트 서킷을 질주하는 GT 클래스 경주차들 


경기가 반환점을 앞둔 이른 새벽 2시 10분경, 선두를 달리던 #7 토요타에 문제가 생겼다. 우측 터보차저를 교체하느라 30분을 소비하고 4위로 떨어졌다. 현재 선두인 팀 동료(#8)는 7랩 앞. 지난해 경기 종료 1시간을 앞두고 트러블에 발목 잡혔던 악몽이 떠올랐다.

경기 시작 18시간이 흘러 다시 아침이 밝았다. 선두는 여전히 #8 토요타. 초반 브레이크 트러블을 빠르게 해결한 후 추격에 성공해 선두로 부상했다. 2위 리벨리온(#1)과는 3랩 차이. #3 리벨리온이 3위이고 #7 토요타는 페이스가 오르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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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수리로 뒤처진 #7 대신 #8 토요타가 선두로 올라섰다 


LMP2 클래스에서는 치열한 격전이 이어졌다. 유나이티드 오토스포츠 듀오가 오랫동안 원투 체제였지만 #32가 오일 누유를 고치기 위해 피트로 들어가면서 조타팀(#38)이 2위로 올라섰다. LM-GTE 프로에서는 애스턴마틴 레이싱(#97)과 AF 코르세 페라리(#51)의 추격전이 계속되었다. 둘의 시차는 30초가량. 피트인 횟수 역시 18회로 동일하다. 한편 LM-GTE Am 클래스에서는 #98 애스턴마틴이 밀려나고 TF 스포츠의 #90 애스턴마틴이 선두 자리를 이어받았고 댐프시 프로톤 포르쉐와 AF 코르세 페라리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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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브레이크 수리를 위해 3위로 밀려났지만 결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8 토요타가 끝까지 선두를 달려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부에미와 나카지마는 이로써 르망 3승을 달성한 드라이버 대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르망 우승, WEC 챔피언 등극 후 빠진 알론소를 대신해 포르쉐 워크스 드라이버였던 브랜든 하틀리가 팀원이 되었다. 하틀리는 2017년에 이어 르망 2승째. 토요타에게는 3번째 르망 우승이지만 이번 역시 프라이비터와 싸운 결과였다. 하이브리드 LMP1은 토요타뿐. 제대로 된 경쟁은 LMH 시대가 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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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던롭 코너를 지나는 경주차들 


부에미는 “기분 최고입니다. 여기 르망에서는 레이스의 흐름이 순식간에 바뀝니다. 경기 초반에 타이어 펑크, 브레이크 냉각 문제 등 여러 위기가 엄습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갑자기 상황이 호전되면서 선두가 되었고 후속 차와 5랩까지 차이가 벌어졌죠. 올해의 르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있는 경기였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리벨리온의 #1 세나/메네제스/나토가 5랩 차 2위. 비운의 #8 토요타(콘웨이/고바야시/로페즈)는 간신히 #3 리벨리온을 제치고 시상대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LMP2 클래스에서는 클래스 폴이었던 유나이티드 오토스포츠(#22)의 핸슨/디레스타/알버쿼크가 우승. 2위 조타팀 #38(데이비슨/다코스타/곤잘레즈)과는 불과 32초 차이였다. 3위는 #31 파니스 레이싱의 카날/자민/박시비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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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3번째 르망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포르쉐 세력이 부진했던 올해의 LM-GTE 프로 클래스에서는 애스턴마틴 레이싱의 #97(린/마틴/틴크넬)이 1위, #95(소렌센/팀/ 웨스트브룩)가 3위였고 #51 AF 코르세(칼라도/피에르귀디/세라)가 2위를 차지했다. LM-GTE Am 클래스에서는 TF 스포츠의 #90(아담/ 이스트우드/욜룩)이 우승. 댐프시-프로톤 레이싱의 #77(캠벨/페라/ 리드), AF 코르세 #83(콜라드/닐센/페로도)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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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레이싱을 사이에 끼고 토요타 듀오가 1, 3위를 차지했다  


LMP1 가고 하이퍼카의 시대로

9월 18일 경기를 앞둔 사르트에서 새로운 규정 도입을 위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현재 WEC와 르망에서 대표 클래스인 LMP1은 너무나 복잡하고 비싼 시스템이어서 거대 메이커가 아니면 만들 수 없다. 그런데 푸조와 아우디, 포르쉐가 차례차례 떠나면서 2018년부터는 토요타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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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내년 투입할 LMH 프로토타입을 사르트 서킷에서 선보였다 


대표 클래스라 함부로 없앨 수도 없다보니 주최측에서는 프라이비터들이 비(非)하이브리드 LMP1 경주차로 참여하도록 독려했고, 리벨리온, SMP, 드래곤스피드, 바이콜레스 등이 호응했다. 하지만 토요타 워크스팀의 적수는 아니었다. 하이브리드와의 성능 격차를 여러 방법으로 보정했다지만 빈자리 매우기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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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LMP1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클래스 준비가 진행되었다. 일명 ‘하이퍼카’로 불리는 LMH 클래스다. 몇 번의 변경을 거쳐 현재는 길이 4650mm, 너비 2000mm, 휠베이스 3150mm 이하에 전면투영면적 1.6㎡ 이하로 조정되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4행정 가솔린 엔진만 가능하며 레이아웃은 자유. 양산 엔진도 개조해 탑재가 가능하다.

에너지 회수 시스템은 200kW 이하. 출력은 당초 784마력에서 670마력으로 줄었고 최저중량은 1,030~1,100kg이다. 최고 클래스다운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문제점이던 비용 절감에 많은 공을 들였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부분이 미국 IMSA와의 규정 통합이다. IMSA에서는 기존 DPi를 대신해 2022년부터 LMDh를 도입하는데, 사실상의 LMH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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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A와 ACO간의 합의에 따라 앞으로 두 시리즈는 상호 교류가 가능해진다. GT 클래스에서만 가능했던 상호 엔트리가 최고 클래스에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대신 팀당 차 1대만 출전이 가능하며, LMDh의 경우 2022년 말은 되어야 등장할 예정. 교류전은 적어도 2023년이 되어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쿠데리아 글리켄하우스(SCG)를 시작으로 푸조와 토요타, 알파인, 바이콜레스 등이 하이퍼카 참여를 공식화했다. 토요타는 한창 개발 중인 GR 수퍼스포츠(가칭)를 사르트 서킷에 가져와 데모 주행을 선보임으로써 LMH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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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 이수진 편집장 사진 토요타, 애스턴마틴, 페라리,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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