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시리즈, 제14전 터키 그랑프리
2021-01-13  |   39,102 읽음

제14전 터키 그랑프리 

(1월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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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열린 터키 그랑프리에서 드라마틱한 승리로 해밀턴이 자신의 7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결정지었다. 그런데 바레인 그랑프리 승리 직후 코로나 확진을 받아 일주일 후 샤키르에는 출전할 수 없었다. 대역으로 윌리엄즈팀의 러셀이 나섰고, 이 덕분에 한국계 영국인 잭 에이트켄(한세용)F1 깜짝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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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터키 그랑프리는 타이어 작전이 큰 변수가 되었다


2005년 F1을 처음 개최했다가 2011년 이후 개최를 포기했던 터키는 코로나 사태로 캘린더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오랜만에 복귀했다. 한때 버니 에클레스턴 소유였던 이스탄불 파크 서킷은 1주 5.338km의 반시계방향 코스. 고저차가 큰 테크니컬 레이아웃이며 특히 풀스로틀로 통과하는 8번 코너는 오른쪽 앞바퀴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9년 만인 이스탄불 파크 서킷은 대부분의 드라이버에게 낯선 무대다. 게다가 경기 2주 전 새로 포장된 노면은 그립이 너무 낮았다. 페르스타펜이 연습 주행에서 얼음 위를 달리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풀스로틀로 공략하는 8번 코너는 최대 5G의 횡가속도가 걸린다. 이 때문에 일부 드라이버는 목에 부담을 줄이려 패드를 사용했다.

11월 14일 토요일, 예선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기온 11℃, 노면온도 13℃의 웨트 컨디션. 그렇지 않아도 미끄러운 노면이 더 미끄러워졌다. Q1 시작 8분 만에 빗줄기가 강해져 스핀하는 차가 속출했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세션이 재개되었다. Q1에서는 윌리엄즈 듀오와 그로장, 크비야트가 떨어져 나갔다. Q2에서는 페라리 듀오, 맥라렌 듀오와 가슬리가 탈락. 코스아웃한 라티피 차를 아직 치우지 않은 채 세션을 재개하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Q3에서는 페르스타펜에 이어 페레스가 잠정 톱에 올랐다. 페르스타펜이 6분을 남기고 미디엄으로 바꾸었지만 아직 슬릭 타이어로 달릴 상태는 아니었다. 폴포지션을 가져간 것은 랜스 스트롤. 1분 47초 765로 개인 통산 첫 폴포지션이다. 페르스타펜이 0.29초 차 2위. 페레스 3위, 알본 4위로 레이싱포인트와 레드불이 1, 2열을 나누어 가졌다. 메르세데스 듀오가 앞줄에 없는 모습이 낯설었다. Q3에서 스트롤이 톱타임을 기록했을 때 페레스 스핀으로 싱글 옐로가 나온 상태였는데, 다행히 페널티를 모면해 폴포지션을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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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초반에는 레이싱포인트가 선전했다


빙판처럼 미끄러운 노면에서

11월 15일 일요일 오후 1시 10분. 9년 만의 F1 그랑프리 개최를 앞둔 이스탄불 서킷은 아침부터 내린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조비나치는 레코노상즈랩(피트에서 나온 차가 그리드에 늘어 전 한 바퀴 도는 것)에서 이미 스핀. 러셀도 방호벽에 부딪혀 부서진 윙을 차 밑에 끼고 질질 끌면서 피트로 향했다. 

맥라렌은 예선에서 노리스가 더블 옐로 무시로 페널티, 사인츠는 진로 방해로 페널티와 벌금 처분을 받았다. 러셀은 파워 유닛 교체로 페널티. 가슬리는 차를 분해했다가 교체 없이 그대로 조립했지만 일단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해 19 그리드로 내려앉았다. 라티피와 러셀은 모두 피트레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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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이 도박적인 타이어 전략으로 7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비구름이 잠잠해져 스탠딩 스타트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폴포지션의 스트롤이 선두로 나섰고 2그리드의 페르스타펜은 휠스핀으로 뒤처졌다. 6 그리드의 해밀턴이 3위로 뛰어오른 반면 보타스는 오콘과 얽혀 스핀. 출발이 좋았던 해밀턴은 잠시 후 코스를 벗어나 페텔과 페르스타펜에게 추월당했다. 스트롤과 페레스, 레이싱포인트 듀오가 앞서 나가는 사이 중위권은 미끄러운 노면과 극악의 시야 속에서 고전했다.

르클레르가 6랩을 마치고 웨트 타이어를 인터미디어트로 교환. 레코드 라인을 따라 물기가 조금씩 말라가자 타이어 교환 시기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페르스타펜은 아직 인터미디어트를 끼우기에 이르다고 알렸다. 11랩에 레이싱포인트 듀오와 레드불 듀오, 르노 듀오, 가슬리와 사인츠 Jr만이 풀 웨트다. 

노면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점차 인터미디어트가 늘어났다. 13랩에 조비나치가 차를 세우고 리타이어자 VSC 발령. 15랩에 경기가 재개되고 해밀턴이 페텔을 노렸다. 하지만 오히려 알본에게 추월당했다. 알본은 페텔까지 제쳐 4위로 부상. 3위 페르스타펜도 페레스를 바싹 추격했다. 하지만 추월을 시도하다 연석을 밟으며 스핀. 갈려버린 타이어를 신품으로 교체하고 8위로 코스에 복귀했다. 스트롤을 선두로 페레스, 알본, 페텔, 해밀턴, 리카르도, 사인츠, 페르스타펜, 르클레르, 마그누센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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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텔이 3위로 이번 시즌 첫 포디엄에 올랐다


알본이 페레스와의 거리를 좁히고, 스트롤의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1~3위 간격이 빠르게 좁혀졌다. 4위 페텔은 이들과 10초 이상 떨어져 있다. 5위 해밀턴은 페텔 엉덩이에 바싹 붙어 기회를 노렸다. 30랩에 DRS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페텔과 해밀턴이 본격적인 알본 사냥을 시작. 하지만 타이어 교환 시기는 아직도 어려운 문제였다. 당장 슬릭으로 바꾸기에는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늦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이상 노면이 마르기만 기다릴 수 없어 많은 선수들이 신품 인터미디어트로 바꾸기 시작했다. 알본은 스핀하며 5위로 후퇴. 덕분에 3위에 오른 해밀턴은 스트롤 피트인으로 2위가 된 후 페레스까지 제쳐 선두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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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깐 노면에 비까지 내려 극도로 미끄러웠다


도박 성공한 해밀턴이 챔피언 확정 

신품 타이어 열을 올리는 데 고전하던 스트롤은 페텔, 르클레르, 알본에게 차례로 추월당해 어느새 7위. 43랩에 르클레르에게 추월당한 페르스타펜이 피트인해 인터미디어트를 신품으로 바꾸고 스트롤 앞 7위로 복귀. 해밀턴은 닳아버린 인터미디어트로도 충분히 빨라 백마커 사이를 누볐다. 그중에는 13위에 처져 있던 보타스도 있었다. 경기 종료 10랩을 남긴 상태에서 해밀턴은 페레스와 20초 가까이 여유가 있었다. 48랩의 순위는 해밀턴, 페레스, 르클레르, 페텔, 사인츠, 알본, 페르스타펜, 스트롤, 리카르도, 노리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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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은 심하게 닳은 인터미디어트로 끝까지 달렸다


경기 종료를 얼만 남기지 않고 비 예보가 있었지만 해밀턴은 그대로 달렸다. 결국 해밀턴이 도박적인 타이어 전략을 훌륭히 소화하며 자신의 7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다. 완벽하고도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드라마는 또 있었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마지막 추격전을 벌이며 스핀하는 차가 속출했다. 르클레르가 페이스가 떨어진 페레스를 노리다가 라인을 벗어났고, 그 틈을 페텔이 파고들어 3위를 차지했다. 페텔은 이번 시즌 첫 포디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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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를 차지한 르클레르. 페라리가 더블 포인트를 차지했다 


대기록을 세운 해밀턴은 경기 직후 얼굴을 감싸 쥐고 잠시 차에서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기묘한 느낌이다. 컨디션은 좋다. 하지만 2020년은 정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시즌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년은 더 좋은 해가 되기를 바란다. 내년에도 F1을 계속하고 싶다. 아직 여기에서 할 일이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F1 개최국 주변의 인권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다(해밀턴과 F1은 인종차별에 대한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F1이라는 스포츠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 역할의 일부를 맡게 된 느낌이다.” 대기록 수립을 어떻게 축하하겠냐는 질문에는 집으로 돌아가 경기 리플레이를 보면서 미네스트로네(이탈리아식 야채수프)와 와인을 마실 거라 답했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 수칙이 요구되고 있다. 페레스는 모친의 병원 방문을 위해 멕시코에 들렀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영국에서의 두 경기를 쉬어야 했고, 이번 경기에서도 윌리엄즈팀 임시 대표인 사이먼 로버츠가 양성 판정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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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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