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친화적 랠리 레이드, EXTREME E
2021-06-21  |   73,253 읽음

자연 친화적 랠리 레이드, EXTREME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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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설된 익스트림 E는 환경 친화적인 오프로드 레이스 시리즈로 남녀 드라이버가 한 대의 전기 랠리카를 나누어 타고 경기를 벌인다. 세바스티앙 로브, 카를로스 사인츠, 루이스 해밀턴, 에이드리언 뉴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모터 스포츠계 거물들이 대거 참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개막전에서는 로즈베르크팀의 크리스토퍼슨/테일러조가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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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출발 직전의 모습. 경주차 그리드는 팬 투표로 결정한다 


모터스포츠 세계에 전기화 바람이 거세다. 포뮬러 E는 이미 7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정이 미루어지기는 했지만 기존 레이스에 모터와 배터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줄을 잇는다. WRC는 내년에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바꾸며, WTCR과 월드랠리크로스도 완전 전기 클래스 도입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익스트림 E가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전기차로 달리는 랠리 레이드다. 시리즈의 창설자인 알레한드로 아가그는 스페인 정재계를 아우르는 거물로 포뮬러 E도 만들었다. 그는 인디카 챔피언이자 절친인 질 드 페랑과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에 익스트림 E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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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드라이버가 한 번씩 나누어 달린다 


환경문제와 대면하다

오늘날 모터스포츠가 처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환경문제다.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레이스는 점점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전기차라면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또한 랠리 레이드라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도 경기가 가능하다. 익스트림 E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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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정확한 드라이버 교체도 경기의 중요한 요소 


모터스포츠는 오랫동안 자연을 파괴한다는 오명을 들었지만 익스트림 E는 오히려 자연 파괴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을 달리며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 개막전은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의 사막에서 열렸으며, 제2전 오션 X프리는 세네갈의 장미호수, 최종전 글라시어 X프리는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을 달릴 예정. 남극에 가장 가까운 기항지 우수아이아는 기후 변화를 극명하게 체험할 수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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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티팀의 케이티 머닝스. 티미 한센과 팀을 이루었다 


남녀 스타 드라이버의 조합

익스트림 E는 남녀 드라이버 한 팀을 이룬다는 점에서 유래가 없다. 게다가 스타 드라이버들이 대거 참여했다. WRC 챔피언 세바스티앙 로브와 카를로스 사인츠 외에 월드랠리크로스 챔피언 요한 크로스토퍼슨과 티미 한센이 출전한다. 로브가 속한 팀 X44는 루이스 해밀턴이 만들었다. 44는 해밀턴의 엔트리 넘버. 반면 크리스토퍼슨이 속한 로즈베르크 X 레이싱(RXR)은 니코 로즈베르크가 아버지 케케 로즈베르크와 함께 창설했다. F1에서 유명한 챔피언 부자(父子)다. 역시 F1 챔피언인 젠슨 버튼은 자신이 만든 JBXE팀에서 운전도 한다. 압트 쿠프라팀에서는 DTM, 월드랠리크로스 챔피언인 마티아스 애크스트롬이 출격한다. 벨로체 레이싱은 E스포츠팀 벨로체와 레드불의 에이드리언 뉴이, 포뮬러 E 챔피언 장 에릭 베른 등이 참여해 결성했다. 이밖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팀, 안드레티와 칩가내시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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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베르크팀의 몰리 테일러요한 크리스토퍼슨이 초대 우승자가 되었다 


여성 드라이버진도 화려하다. 에크스트롬과 짝을 이루는 클라우디아 허트겐은 2005년 뉘르 내구 시리즈(VLN) 챔피언이다. 여성 모터크로스 선수 중 세계 최강이자 다카르 랠리 경험이 많은 라이아 산즈는 같은 스페인 출신의 선배 사인츠와 팀을 이룬다. 안드레티팀의 캐이티 머닝스는 ERC를 거쳐 WRC를 경험한 23세의 영국 랠리 드라이버. RXR의 몰리 테일러는 호주 랠리 챔피언(2016년)이자 시리즈 유일의 여성 우승자다. 로브와 팀을 이룬 스페인 출신의 크리스틴 구티에레즈는 5번의 다카르 출전 경험이 있다. 올해 초에는 역사상 2번째로 다카르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한 여성 드라이버(최초는 클라인슈미트)가 되었다. 당시 출전 클래스는 라이트웨이트 비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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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베르크팀의 몰리 테일러요한 크리스토퍼슨이 초대 우승자가 되었다 


포뮬러 E와 같은 고향 출신

랠리카는 모든 팀이 동일하다. 포뮬러 E 경주차를 만드는 프랑스의 스파크 레이싱이 개발한 오디세이 21은 나이오븀 합금 강관 프레임에 천연 섬유로 만든 복합소재 보디를 씌웠다. 앞뒤 2모터가 시스템 출력 400kW(550마력), 93.8kg·m에 달하는 강력한 토크를 낸다. 배터리 냉각 등을 고려해 성능은 약간 봉인하기로 했다. 큰 차체는 1,650kg로 다소 무겁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4.5초, 최고시속 200km가 가능하다. 직경 940mm의 거대한 타이어는 컨티넨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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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스페인 자회사인 세아트 쿠프라가 엔트리했다 


원메이크라고는 해도 약간의 자유는 있다. 엔진 커버와 사이드 스커트, 램프와 앞뒤 범퍼의 변형이 가능하다. 메이커팀 혹은 스폰서에 따라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에는 대부분 기본형 그대로지만 칩가내시 레이싱은 GMC의 스폰서를 받아 허머 디자인을 선보였다. 모터도 자사 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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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로브 등유명 드라이버들이 대거 참여했다 


무게 400kg, 800V 배터리팩은 운전석 뒤, 차체 중앙에 배치했다. 포뮬러 E와 동일하게 윌리엄즈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에서 공급한다. 사용 환경은 아스팔트를 달리는 포뮬러 E와는 완전히 다르다. 거구의 차체로 거친 비포장 노면은 물론 50°가 넘는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한다. 앞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에는 BOS의 조절식 모노 댐퍼를 달아 38cm의 스트로크를 확보했고, 브레이크는 AP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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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위가 맞붙는 크레이지 레이스는 일종의 패자부활전 


랠리 레이드+랠리크로스?

경주차 외에도 특별한 점이 많다. 코드라이버 없이 드라이버 혼자 운전하며 남녀 드라이버 1명씩 짝을 이룬다. 운전 순서는 마음대로다. 출발 직전까지 누가 운전하는지 숨길 수 있다.

전기차의 피할 수 없는 골칫거리인 주행거리 문제와 드라이버 교체를 고려해 비교적 짧은 구간을 두 바퀴 도는 형태로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창설전의 경우 한바퀴 8km의 코스를 2번 도는 16km의 스테이지에서 경기를 치렀다. 추가 출력을 얻을 수 있는 하이퍼드라이버 기능도 있다. 하지만 모든 차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레이스 첫 번째 점프구간에서 가장 멀리 점프한 차에만 제공된다. 따라서 하이퍼드라이브를 쓰고 싶다면 다소 과감한 점프가 필요하다.

예선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는 여러 대가 함께 달린다. 랠리 레이드와 랠리크로스의 특징이 한데 섞여 있는 셈. 토요일은 예선 라운드 2번을 치러 랩타임에 따라 3대씩 묶는다. 상위 3팀이 세미파이널, 4~6위는 크레이지 레이스, 하위권 7~9위는 슛아웃 레이스다.

세미파이널에서 1, 2위와 크레이지 레이스 우승팀이 결승 레이스에서 맞붙는다. 포인트는 토요일 예선 순위에 따라 12~4점을 받고, 일요일 결승 결과에 따라 25~4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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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밀림, 극지방처럼 자연 파괴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경기를 펼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개막전

4월 3~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창설전이 열렸다. 사막을 달리기 때문에 ‘데저트 X프리’로 불린다. 바위산이 즐비한 알울라의 사막 지형에서 로즈베르크 X 레이싱(RXR)의 크리스토퍼슨/테일러조가 초대 우승자가 되었다.

예선에서는 로브/구티에레즈가 합산 21분 55초 998로 가장 빨랐다. 사인츠/산즈, 크리스토퍼슨/테일러가 2, 3위로 세미파이널행. 한센/머닝, 베넷/지암파올로 존카, 버튼/알린 코툴린스키조가 4~6위. 레둑/프라이스, 에크스트롬/허트겐, 사라쟁/체드윅은 7~9위로 슛아웃 행이다. 허트겐과 사라쟁은 예선에서 차가 전복되었다.

특히 사라쟁의 차는 프레임이 파손되어 더 이상 달릴수 없었다. JBXE 팀은 피트 속도 위반에 이어 드라이버 교체 후 너무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연속 페널티를 받아 175.5초의 누적 페널티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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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할만한 창설전 포디엄에 오른 선수들 


세미파이널에서는 크리스토퍼슨/테일러, 로브/구티에레즈가 결승에 직행했다. 전설적인 두드라이버(로브와 사인츠)가 격렬하게 다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크레이지 레이스에서는 한센/머닝 조가 우승해 결승에 진출했다. 2대만 출전한 슛아웃에서는 추돌 사고가 있었다. 내리막 구간에서 앞서가던 허트겐을 레둑이 덮쳐 모두 리타이어. 

결승에서는 한센/머닝, 크리스토퍼슨/테일러, 로브/ 구티에레즈가 맞붙었다. 출발은 한센이 가장 빨랐다. 크리스토퍼슨과 로브가 2위를 다투는 듯했지만 로브가 스티어링 트러블로 후퇴. 크리스토퍼슨이 한센을 추월해 선두로 올랐고, 드라이버 교체 후 테일러가 리드를 잘 지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경기는 새롭고 흥미진진했지만 문제도 있었다. 코스나 경기 방식에 익숙하지 못해 실수가 이어졌다. 몇 개 팀의 속도제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스티어링 트러블도 있었다. 전복 사고로 프레임이 파손된 벨로체 레이싱의 차는 수리가 불가능했다. 충분한 수리 부품의 확보는 앞으로의 큰 숙제다. 이어지는 오션 X프리는 5월 29~30일 다카르 세네갈에서 5월 29~30일 열린다. 아름다운 핑크빛 호수 ‘락 로즈’는 세네갈의 손꼽히는 관광지이자 한때 다카르 랠리 결승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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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지만 코드라이버는 없다 


환경을 생각하다

익스트림 E의 탄생 배경에는 환경 문제가 있다.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라면 기본적으로는 친환경이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서킷이나 도심이 아니라 사람이 발길이 드문 지역에서는 전기 확보도 쉽지 않을 터. 주최 측에서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수소와 산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연료전지는 공해물질 없이 발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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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베르크 레이싱은 F1 챔피언 니코 로즈베르크가 만들었다


각 경기마다 자연보호를 위한 레거시 프로그램과도 연계된다. 개막전 데저트 X프리의 경우 홍해 연안에서의 거북이 보호 프로그램이었다. 세네갈의 오션 X프리에서는 맹그로브 밀림 재건, 브라질의 아마존 X프리에서는 아마존 밀림 재건 프로그램과 협력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물류와 이동이다. 화물과 승객을 함께 실어 나르는 3천톤급 선박을 사용해 바닷길로 다닌다. 원래 영국 해군 소속이었던 이 배의 정식 명칭은 세인트 헬레나(RMS St. Helena). 세인트 헬레나섬을 오가던 정기 화물선이었고, 포클랜드 전쟁 중에는 기뢰 소해선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제는 익스트림 E에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다위 이동식 허브로 변신해 경주차와 각종 관련 화물, 인원들을 실어 나른다. 청정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엔진과 발전기를 개조해 저유황 디젤 연료를 사용하며, 물 소비를 줄이는 에어 투 워터 스트림 등 신기술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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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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