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WRC 제6전 케냐 랠리(2021)
2021-08-12  |   18,528 읽음

모터스포츠 WRC

제6전 케냐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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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무서움 보여준 서바이벌 랠리

사파리 최후의 승자는 오지에


야생의 서바이벌로 악명이 자자했던 케냐 사파리 랠리가 거의 20년 만에 부활했다.

경기구간이 예전 1/5임에도 난이도는 여전했다. 경기 초반 선두를 달리던 누빌이 일요일 아침 주저앉았고, 오지에가 챔피언의 저력을 보이며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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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1을 달리는 올리버 솔베르크


제6전 케냐 랠리

6월 첫 주말, 이번 시즌 가장 흥미로운 랠리가 시작되었다. 근래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WRC가 열리지 않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로코와 케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케냐 사파리 랠리는 개최 횟수(29회)로만 따져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설적인 이벤트다.

1953년에 처음 열린 사파리 랠리는 1973년 WRC에 들어왔고 재정 악화와 치안 문제로 2002년을 마지막으로 캘린더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파리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생의 대지를 달리며 높은 기온과 거친 노면, 변화무쌍한 환경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말 그대로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서바이벌 경기. 

마지막이었던 2002년 경기에서는 37대가 리타이어하고 고작 11대만이 살아남았다. 당시에는 하나에 100km가 넘는 스테이지가 흔했고, 이동거리를 합친 총 주행거리는 5~6천km에 달했다. 원래는 지난해 부활할 예정이었던 사파리 랠리는 코로나 사태로 부득이하게 일정을 미루어 올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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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나이로비 도심 외곽에 마련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노면의 거칠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흙 길은 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진창으로 돌변하고 야생동물도 심심치 않게 튀어나온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헤드램프 보호용 철망이나 엔진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스노클을 달기도 했다. 근 20년 만에 돌아온 사파리 랠리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길이가 짧아져 가장 긴 스테이지라도 30km 정도이고 경기구간 합계 320.19km, 총 주행거리는 1,133.94km다. 요즘의 평균 수준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1/5로 줄어든 셈.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으로 가득하며, 현역 선수 누구도 경험하지 못해 본생소한 환경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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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코스는 크게 줄었지만 난이도는 여전했다 


누빌, 타나크, 소르도를 그대로 다시 투입

서비스 파크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 100km 떨어진 나이바샤 호수 인근에 마련했다. 현대차는 이탈리아 랠리에 출전했던 티에리 누빌과 오이트 타나크, 다니 소르도를 다시 투입했다. 연속 리타이어로 토요타와 점수차가 벌어진 현대차로서는 반드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상황. 유럽 이외 지역에서 테스트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포르투갈 남부 그레이블 코스를 달리며 준비 작업에 매진했다. 포르투갈 랠리 참가 후 코로나 자가격리 때문에 이탈리아 전을 건너뛴 신예 올리버 솔베르크는 현대 C2 컴페티션을 통해 월드랠리카로 그레블 랠리에 처음 도전(포르투갈이첫 그레이블이지만 당시는 i20 R5를 몰았다)한다.

부친이자 전 WRC 챔피언인 페터 솔베르크는 1999년 사파리 랠리에서 WRC 데뷔전을 치른 인연이 있다. 당시 성적은 5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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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열린 세리모니얼 이벤트


현대팀에게 케냐가 처음은 아니다. 마지막 사파리 랠리였던 2002년에 3대가 출전했고, 아르민 슈워츠와 프레디 로이크스가 리타이어하고 유하 칸쿠넨이 8위로 완주에 성공했다. 당시 현대는 WRC에 참전 중(2000~2003 시즌)이었다. 다만 사파리 랠리는 전용 경주차를 개발해야 하고 비용 부담도 커 처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토요타와 포드는 상대적으로 오랜 경험과 전적이 있다. 특히 토요타는 1984년을 시작으로 95년까지 8번이나 우승했다. 올해는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엘핀 에번스가 챔피언십 포인트 1, 2위여서 경기 초반 코스 청소를 도맡는다. 3번째 차는 여전히 칼레 로반페라가 몰고 육성 드라이버인 타카모토 가츠타도 나온다.

포드는 1999년과 2002년 케냐의 승자(드라이버는 콜린 맥레이)다. 이번 경주에는 M 스포트 포드의 리차드 밀너 감독 포함 대부분의 스텝이 영국에서 원격 지휘하는 독특한 방식을 시도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용 상승 문제와 케냐 방문자에 대한 영국의 자가격리 지침을 따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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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도는 SS3에서 서스펜션이 부서져 리타이어했다


고정 드라이버나 다름없는 그린 스미스 외에 포르투갈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신예 아드리안 포모를 투입한다. 다른 한 대의 경주차에는 로렌조 베르텔리를 태웠다. 로렌조 베르텔리는 패션 브랜드 프라다의 후계자로, 가츠타와 마찬가지로 득점을 해도 제조사 챔피언십 점수에는 합산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참가자가 있었다. 91세의 소비에스와프 자사다는 유럽 랠리 챔피언을 3번이나 차지했던 폴란드의 백전노장. 지금까지 WRC에 6번 참가했고 1972년 사파리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포드 피에스타 랠리3로 출전해 최고령 WRC 드라이버 기록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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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단꿈에 빠졌던 누빌은 일요일 아침에 서스펜션 파손에 무릎을 꿇었다


테스트부터 예상된 고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 코스를 탐사하며 페이스 노트를 작성한 참가자들은 전설적인 랠리의 어려움을 비로소 실감하기 시작했다. 노폭이 좁고 풀과 돌에 가려 때때로 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속도를 늦추면 기록에서 손해를 보고, 반대로 몰아붙이면 코스를 벗어나거나 차가 버텨낼 수 없다. 

쉐이크다운 테스트는 평소보다 이른 수요일이었다. 서비스 파크 인근에 마련된 코스는 사파리 랠리의 특징과 어려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 5.4km의 짧은 구간에서 올리버 솔베르크는 서스펜션이 파손되었고, 로렌조 베르텔리는 라디에이터가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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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을 달리는 폴로 GTI R5 랠리카. 현지 출신인 온카 라이는 종합 7위에 올랐다


6월 24일 목요일, 나이로비 시내 컨벤션 센터에서 세레모니얼 스타트 후 북동쪽으로 도심 외곽으로 이동해 경기를 시작했다. 2대가 함께 출발하는 4.84km의 카사라니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오지에가 3분 21초 5의 톱 타임으로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2위 로반페라, 3위 에번스로 토요타 트리오가 톱3. 현대차 세력은 타나크가 선두에 2.5초 차 4위, 누빌이 5초 차 5위였고 소르도는 1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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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를 확인하는 세이프티카 


많은 선두 무릎 꿇린 케동 스테이지

6월 25일 금요일은 나이바샤 호수 인근의 넓은 평원에서 본격적인 ‘사파리’ 랠리가 시작되었다. 3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는 SS2~SS7 129.78km 구간 중에서 32.68km의 케동(SS3, SS6)이 이번 경기 최장 스테이지다. 추이 로지(SS2, SS5)와 오세리안(SS4, SS7)은 온갖 야생 동물이 뛰어 노는 오세렌고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인접해 있다.

금요일 오전에는 현대차가 반격에 나섰다. 누빌이 SS2에서 9분 47초 7의 톱 타임으로 종합 선두로 떠올랐다. 이어진 SS3 케동에서는 에번스가 덤불 속에 숨어있던 바위를 치고 주저앉았고 오지에도 손상을 입었다. 소르도는 피니시 4km를 남기고 리어 서스펜션이 대파되어 리타이어. 솔베르크와 베르텔리는 SS4를 완주하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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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시페시라 불리는 부드러운 흙은 흙먼지로 시야를 가리거나 타이어가 빠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가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선수들이 사파리의 전설적인 악명을 체감하는 사이 누빌이 종합 선두를 질주했다. 오후에 SS5, SS6을 잡은 로반페라가 잠시 선두로 나섰지만 SS6 케동에서 누빌이 다시 선두에 복귀했다.

SS7에서 누빌은 타이어 펑크로 상당히 손해를 보고 엔진에 이상이 있었음에도 종합 선두 자리를 지켰다. 누빌은 금요일을 마감한 후 “오늘은 좋은 무대였다. 펑크가 2번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노면은 몹시 거칠고 큰 돌이 있었다. 다행히 잘 피해 서비스로 복귀할 수 있었다. 내일 역시 힘든 하루가 예상되므로 랠리카를 꼼꼼히 정비해 준비해야 한다. 토요일은 오늘과는 성격이 달라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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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멀고 특수한 환경이라 하위 클래스는 현지 드라이버가 대부분이었다


누빌을 바짝 추격하던 토요타의 로반페라는 흙먼지에 시야가 가리면서 스턱에 갇혀 탈출할 수없었다. 페시페시(fesh-fesh)라 불리는 부드러운 흙은 때론 랠리카를 옭아매는 함정이 된다.

로반페라가 리타이어하면서 가츠타가 종합 2위에 올라섰다. 누빌과의 시차는 18.8초. 3위 타나크는 타이어 펑크에 발목 잡혀 순위를 높일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60% 이하의 페이스로 달렸다는 타나크는 일부 구간에서 그마저도 너무 빨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일 캐니스터 파손으로 페이스가 떨어진 오지에는 타나크에 56초 차이로 4위. M스포트 포드의 그린스미스와 포모가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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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펑크와 랠리카 트러블에 고전하던 타낙은 마지막 날, 현대 세력의 희망이 되었다 


토요일의 종합 선두는 여전히 누빌

6월 26일 토요일. 이날은 북쪽 엘멘테이타 호수 인근으로 이동했다. SS8~SS13의 6개 SS 합계 주행거리는 132.08km. 이번에도 3개 스테이지를 2번 반복하는 구성이다. 소이삼부(SS9, SS12) 스테이지는 예전 사파리 랠리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로 속도를 낼 수 있는 긴 직선과 미끄러운 코너, 거친 노면이 혼합되어 있었다. 길의 경계가 애매한 데다 페이스 노트를 만들 때와 많이 달라져 있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길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프닝 스테이지인 엘멘테이타에서 누빌이 톱 타임으로 추격자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야생동물이 많이 출몰한 SS9에서는 오지에가 가장 빨랐고 포모와 누빌, 타나크가 그 뒤를 따랐다. 오지에는 오전의 2개 스테이지를 잡아 타나크를 압박했다. 금요일에 리타이어했던 소르도와 에번스, 로반페라, 베르텔리 등도 무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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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의 후계자인 로렌조 베르텔리가 포드 피에스타 월드랠리카로 사파리에 도전했다


타나크는 SS10, SS11를 2위로 마친 후 SS12에서 톱 타임을 기록하며 가츠타를 바싹 추격했다. 참가자들은 거친 자연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하지만 사파리는 아직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토요일의 마지막 SS13. ‘Sleeping Warrior’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의 스테이지는 사파리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하늘에 낀 먹구름이 갑작스러운 비를 뿌리면서 노면이 진창으로 변하고 하드 타이어는 그립을 잃었다.

타나크는 폭우 속에서 시야가 완전히 가린 데다 운전석 스크린 히터가 작동하지 않아 1분 가까이를 날렸다. 누빌은 비교적 마른 길을 달린 오지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다소 공격적으로 달렸다. 덕분에 종합 선두를 유지하면서 토요일을 마감할 수있었다. 타나크는 4위로 떨어져 5위 그린스미스와 18.2초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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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시페시에 발목이 잡혀 리타이어했던 로반페라는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최후의 승자는 오지에

일요일은 다시 나이바샤 호수로 돌아와 SS14~SS18 53.49km 구간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5개 SS는 모두 10km 남짓한 단거리 스테이지지만 난이도는 높았다. 숲이 우거진 롤디아와 호수 남쪽의 헬스 게이트를 달린 후 거친 돌이 많은 말레와 스테이지로 이어진다. 이후 다시 롤디아와 헬스 게이트를 반복해 달렸다.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10.56km의 헬스 게이트는 이번 경기 중 가장 높은 해발 2,200m 이상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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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오지에 우승과 더블 포디엄으로 챔피언십 타이틀에 한발 가다섰다


2위 가츠타에 거의 1분 여유를 두고 일요일을 시작한 누빌. 하지만 우승의 꿈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뀌었다. 오프닝 스테이지 SS14의 저속 코너에서 서스펜션이 파손된 누빌의 차는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가츠타와 오지에가 선두 다툼을 벌이게 되었다. SS15 헬스 게이트는 정찰 도중 문제가 확인되어 후반 절반가량을 단축하기로 결정. 오지에는 가츠타를 바싹 추격해 SS16에서는 완전히 나란히 섰다. 타나크는 1분 9초 차이로 종합 3위다. 4위 포모가 SS17 톱 타임으로 추격했지만 타나크는 아직 23초 여유가 있다. 이제 경기는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SS18 하나만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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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단축 운영했던 헬스 게이트는 10.56km의 원래 코스대로 진행되었다. 오지에가 시즌 4승째를 거두며 133점으로 챔피언십 선두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가츠타는 개인통산 최고인 2위를 거두었다. 토요일에 위기를 맞았던 타나크는 3위로 시상대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최종 파워 스테이지에서 추가 점수까지 5점을 챙겨 누빌과의 점수차이를 8점으로 좁혔다. 제조사 챔피언십에서는 가츠타가 아니라 로반페라의 점수가 합산되기 때문에 토요타 273점, 현대 214점으로 10점이 벌어졌다. WRC 제7전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타나크의 모국인 에스토니아에서 7월 15~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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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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